Renuary

해설 · #1 · 기초

전기는 왜 쌓아 둘 수 없고, 그래서 시장이 어떻게 달라졌나

글 석지민 · 처음 발행

146,157 MW
2025년 말 전력시장 참여 설비 합계
547,163 GWh
2025년 전력시장 거래량

전기는 만든 그 순간에 써야 해서, 공급과 수요를 한순간도 어긋나지 않게 맞춰야 한다. 그래서 전력시장은 하루 전에 시간대마다 누가 얼마나 돌릴지를 미리 정하고, 실제로는 계통운영자가 순간순간 맞춘다. 남는 설비에 돈을 따로 주는 용량요금도, 시간마다 값이 바뀌는 SMP도 여기서 나온다.

목차 (4)
  1. 1만든 순간에 써야 하는 상품
  2. 2어긋나면 무슨 일이 생기나
  3. 3그래서 시장이 이렇게 생겼다
  4. 4다른 시장과 무엇이 다른가

만든 순간에 써야 하는 상품

쌀은 창고에 쌓아 두었다가 나중에 판다. 휘발유도 탱크에 담아 둔다. 전기는 다르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는 전선을 타고 거의 그 순간에 어딘가에서 쓰인다.

배터리나 양수발전처럼 전기를 저장하는 방법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나라 전체가 쓰는 양에 비하면 아직 작고, 저장하고 꺼내는 과정에서 전기가 조금씩 사라지며 비용도 든다. 그래서 전력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만드는 양과 쓰는 양을 매 순간 똑같이 맞추는 방식으로 굴러간다.

어긋나면 무슨 일이 생기나

공급과 수요가 어긋나면 가장 먼저 주파수가 흔들린다. 쓰는 양보다 만드는 양이 적으면 주파수가 내려가고, 많으면 올라간다. 주파수가 정해진 범위를 벗어나면 발전기와 설비를 지키려고 보호 장치가 작동하고, 심하면 넓은 지역이 한꺼번에 정전된다.

그래서 누군가는 늘 계통 전체를 보면서 발전기를 올리고 내려야 한다. 한국에서는 전력거래소가 이 일을 한다. 이것을 급전이라고 부른다.

그래서 시장이 이렇게 생겼다

전기를 쌓아 둘 수 없다는 사실 하나가 전력시장의 모양을 거의 다 정한다.

① 미리 정하고, 순간순간 고친다. 시장은 하루 전에 다음 날 시간대마다 어느 발전기를 얼마나 돌릴지 계획을 세운다. 수요 예측과 발전사들이 낸 입찰을 바탕으로 한다. 그런데 날씨와 수요는 예측과 조금씩 다르다. 그래서 실제 당일에는 계통운영자가 순간순간 발전기 출력을 조정해 차이를 메운다.

② 값이 시간마다 다르다. 수요가 적은 새벽에는 싼 발전기만 돌려도 되고, 수요가 몰리는 시간에는 비싼 발전기까지 켜야 한다. 그래서 전력시장 가격(SMP)은 시간대마다 달라진다. SMP가 어떻게 정해지는지는 입문 연재 3번에서 다룬다.

③ 남는 설비에도 돈을 준다. 수요가 가장 많은 한 시간에도 전기가 모자라면 안 된다. 그러려면 평소에는 잘 돌지 않는 설비까지 늘 갖춰 두어야 한다. 2025년 말 전력시장에 참여한 설비는 146,157 MW였고, 같은 해 거래된 전기는 547,163 GWh였다. 전체 설비가 1년 내내 최대로 돌았다면 만들었을 양의 절반이 안 된다. 이렇게 대기하는 설비가 문을 닫지 않도록 전기를 판 값과 별도로 주는 돈이 용량요금이다(입문 연재 5번).

④ 예비력을 따로 챙긴다. 큰 발전기가 갑자기 멈추는 일에 대비해, 곧바로 출력을 올릴 수 있는 여유분을 늘 남겨 둔다. 이 여유를 예비력이라고 하고, 예비력을 대는 일에는 보조서비스 대가를 따로 치른다.

다른 시장과 무엇이 다른가

보통 시장에서는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만나 값을 정하고 물건이 넘어가면 끝이다. 전력시장에는 그 사이에 물리 법칙을 지키는 운영자가 한 명 더 있다. 누가 얼마에 팔기로 했든 전선 위에서는 매 순간 공급과 수요가 맞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력시장 뉴스를 읽을 때는 두 층을 나눠 보면 쉽다. 하나는 돈의 층으로, 누가 얼마를 받는지가 여기에 속한다. 다른 하나는 전기의 층으로, 실제로 어느 발전기가 언제 돌았는지가 여기에 속한다. 둘은 연결돼 있지만 같지는 않다.

출처

  1. 전력거래소, 「2025 전력시장통계」 표 1-1 전력시장참여 설비용량 · 표 1-2 전력거래량 ↩
  2. 전력거래소, 「전력시장운영규칙」(2026-07-25 시행본) 제5.1.1조 하루전발전계획의 수립 · 제5.2.1조 실시간 급전계획 수립 · 제5.3.1조 급전지시 · 제2.4.2조 계통한계가격의 결정 · 제2.4.3조 용량가격의 결정 및 공개 · 제5.6.1조 보조서비스의 확보 ↩

인용하기

한 줄 석지민, 「전기는 왜 쌓아 둘 수 없고, 그래서 시장이 어떻게 달라졌나」, Renuary, 2026-09-27, https://renuary.com/ko/1/
APA 석지민. (2026). 전기는 왜 쌓아 둘 수 없고, 그래서 시장이 어떻게 달라졌나. Renuary. https://renuary.com/ko/1/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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